이경제 전 진천농협 조합장 부부가 같은 마을에 사는 장애인을 30년 이상 가족처럼 돌본 선행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진천읍 건송리 백곡호 하류에 위치한 두건마을 경로당은 지난 1월17일 때아닌 환갑잔치로 떠들썩했다.

이날 두건마을 경로당에서는 이경제·최소옥 부부와 이정숙(64) 이장, 마을 주민 등 4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언어·청각 장애인인 주정호(60)씨의 60회 생일잔치가 열렸다.

이경제 조합장 부부가 비용을 내 마련한 주씨 환갑잔치는 가족과 친척 중심의 일반 환갑잔치와 달리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축하 속에 생일케익 커팅과 축가, 기념촬영, 점심 식사 등 검소하게 치러졌지만 선천성 청각장애를 앓아 말을 못하는 주씨의 입가에는 하루종일 미소가 가득했다.

이씨 부부와 주씨의 끈끈한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30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경제 전 조합장이 1980년대 중반 두건리 마을 이장을 맡고 있을 당시 농아자인 주씨의 거택보호자 지정을 도우면서 시작됐다.

이 후 이경제 조합장은 주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월급을 철저하게 관리해 20년 전 주씨 명의로 마을에 땅을 사서 90㎡ 규모의 번듯한 집까지 지어줬다.

15년 전에는 딸 결혼 등으로 가족과 헤어져 혼자 사는 모습이 안쓰러워 집을 세주고 자신의 집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이경제 전 조합장은 “혼자 살면 매일 술만 마셔 폐인이 될 것 같아 집으로 데리고 왔다”며 “지난 30년간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친동생처럼 한솥밥을 먹고 살면서 고운정 미운정 다 들었다”고 말했다.

부인 최씨는 “언젠가 집에 들어가니까 남편과 둘이서 TV를 보면서 서로 손짓, 발짓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정말 친형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부부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주씨가 싫다고 할 때까지 내 가족처럼 돌볼 계획”이라고 밝혔다.